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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준수사항' 있으나 마나
[ 2008-11-11 ] '법정 준수사항' 있으나 마나 위반땐 20일 이하 감치?00만원 이하 과태료인데 방청객 대부분 인식 못하고 봐도 건성건성 넘어 가 2006년에 변경된 내용 아직 제대로 고치지도 않아 법원이 법정에서 방청객이 지켜야 할 사항을 안내하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내 각 법정마다 준수사항을 알리는 안내표지를 부착해 놓고 있지만 법정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이 부착된 표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법원 이용자들 예규 읽지도 않아= 호주에서 온 A(40)씨는 국내 부동산 소유권이전소송을 위해 법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A씨는 “당장 재판할 것에 정신이 집중돼 있어 준수사항을 볼 여유가 없다”며 “준수사항을 게시해야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약사법위반으로 재판을 받으러 온 B(37)씨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며 “글씨도 작고 제대로 표시돼 있지도 않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중앙지법 민·형사 법정에 게시돼 있는 ‘법정내 준수사항’은 초라한 수준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규격·부착위치 등 정해진 규정은 없다. 단지 ‘재판의 존엄과 법정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방청인 등이 지켜야 할 다음의 사항을 적합한 곳에 게시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명시한 것이 전부다. 때문에 통일된 형태를 기대하기 어렵다. 글씨체에서부터 강조표시 형식도 제각각이다. 또 B4용지에 준수사항을 프린트한 뒤 법정 앞 벽에 부착한 것이 전부다. 사실상 법원을 처음 방문한 방청객이나 소송당사자가 준수사항을 유심히 보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8문항에 달하는 준수사항을 보면 ‘법정에서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다음 사항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법정의 존엄과 질서유지를 위한 재판장의 명령이나 재판장의 명을 받은 법원직원의 지도에 따라야 합니다’ 등 추상적이고 긴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그나마 형사 중법정과 대법정, 민사 대법정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코팅된 B4용지 대신 ‘오늘의 재판’ 게시판과 동일한 크기의 플라스틱 재질의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내판에 적힌 준수사항은 예규가 변경되기 전의 것이다. 정식명칭인 ‘법정에서의 방청인 등의 준수사항게시’ 예규는 지난 2006년 12월29일 개정돼 작년 2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개정된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 개정된 예규 바꾸지 않은 곳 많아= 2006년 개정 전에는 법정에 들어서는 방청인은 외투나 모자를 벗어야 하며, 핸드폰은 반드시 끄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 이후 준수사항에는 외투나 모자를 벗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핸드폰을 반드시 끄도록 한 조항 대신 끄거나 진동으로 해놓도록 변경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일부만이 개정된 내용을 반영했을 뿐 대부분의 안내판에는 변경전 내용이 버젓이 적혀 있다. 때문에 안내판을 읽은 방청인들도 개정전의 준수사항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C씨는 “예전에 증인으로 왔을 때 읽어본 적이 있는데 핸드폰을 끄라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급한 일이 있는데 재판을 받으러 왔을 때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 그림문자 대안으로= 이렇듯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림문자나 기호 등을 이용해 간단하게 표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리저리 재판일정에 쫓기다보면 재판예규를 유심히 보기 어렵다”면서 “글보다는 그림으로 간단하게 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유럽의 법정에는 도로표지판처럼 그림문자로 주의사항을 표시해 놓았다”면서 “재판을 받으러 오는 방청객들이 다 법관들처럼 지적 수준이 높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인의 재판에 참석한 조모(55)씨도 “(현재 게시돼 있는 준수사항을) 건성건성 읽어보기는 했는데 글씨가 작아 잘 안 보인다”면서 “그림이나 기호같은 것으로 표시한다면 눈에 확 띄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법정에서의 준수사항은 임의적 사안이고 법정경위가 말로 하는 것을 문자로 해둔 것일 뿐”이라며 “굳이 바꿔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며 바꿀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현행 법원조직법 제61조에 의하면 법정에서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사람은 20일 이하의 감치 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의 벌을 받을 수 있다. 류인하 기자 acha@lawtimes.co.kr Copyright (c) The LawTimes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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