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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상 '손배소송' 활성화 돼야"
"공정거래법상 '손배소송' 활성화 돼야"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수단으로 떠올라 2004년 법개정 이후 지속 증가… 美는 90%가 '손배소송' 손해액 산정·입증 등 어려워 일관된 산정기준 마련 절실 공정거래법상의 손해배상소송제도가 최근 끼워팔기나 가격담합 등 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보다 더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로 인한 손해를 입증하고 손해규모를 산정할 수 있는 일관된 기준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미국의 경우 90%가 손배소송으로 기업 제재=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공정위의 시정조치 같은 행정적 제재 △형사처벌 △공정거래법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과 같은 사적 제재 등 3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공정위의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적 제재를 통해 위반행위를 단속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시정조치는 1회적이어서 실효성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공정거래법상의 손해배상소송제도는 가격담합 등으로 피해를 본 일반 소비자들, 기업들이 담합기업을 상대로 그 손해를 청구하는 것이 주된 형태여서 인용될 경우 담합기업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금액은 엄청난 액수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에는 배상금액이 계속 증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에는 공정위의 시정조치 같은 행정적 제재보다는 오히려 90%가 손해배상소송을 이용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효과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미국법원은 ‘3배 소송’이라는 별칭이 만들어질 정도로 손해액 규모를 폭넓게 인정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거래법 제56조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함으로써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 당해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 민법 제750조와는 별도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경쟁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거래법상의 손해배상소송제도와 같은 사적소송에 의한 제재가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2004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사건 증가추세=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는 ‘메신저 끼워팔기’로 인해 국내업체로부터 줄소송을 당하고 있다. 손해배상액수도 100억, 300억 등 대규모인데다가 그 피해업체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줄소송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96년 10억원을 청구했던 국내업체가 손해배상청구액을 1,000억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이들 청구금액은 공정위가 과징금으로 부과한 300억원보다도 훨씬 큰 액수여서 MS의 기업활동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GS칼텍스와 SK 등 5개 정유사는 1998∼2000년 국방부 군납유류 입찰과정에서 유가를 담합했다가 국방부 방위산업청으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81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해 이들 정유사는 공정위가 과징금으로 부과한 1,211억원을 포함해 2,000억원대에 이르는 제재금을 물게됐다. 이러한 유형의 손해배상소송은 2004년 법개정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개정법은 시정조치 필요적 전치절차를 없애고 ‘손해액 인정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손해액인정제도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발생은 인정되나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 법원이 변론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04년 이후 정유사 군납유류 입찰담합사건, 교복담합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법원에 들어왔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의 4개 기업법 전담재판부에는 재판부당 3~4건의 공정거래법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이 계류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신저프로그램 끼워팔기로 인한 손해배상소송, 정유사들의 유가담합사건, 밀가루가격 담합사건, 시내전화 요금담합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 손해입증·손해액 산정기준 마련 시급= 공정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가격담합으로 인한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일반소비자들로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이 때문에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한 손배배상사건의 대부분은 공정위의 적발이 있은 후에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구체적인 조사가 있은 후에는 손해배상액 등이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민사소송과 공정위의 제소를 동시에 제기했다가 공정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 민사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현재 공정위 적발이 없이 손해배상을 제기한 사건은 거의 없다”며 “그만큼 전문가가 아닌 일반소비자들이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 또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예를 들어 대기업간에 가격담합이 이뤄지면 가격담합에 의해 원공급가격, 중간유통단계, 소매점의 구입가격이 순차적으로 상승하게 된다”며 “그러나 이런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구체적인 사실을 입증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환경오염소송, 의료과오소송, 제조물책임소송 같은 특수소송에서의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경감하는 판례의 입장을 공정거래법 관련소송에도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와 함께 손해액 산정기준이 사건마다 달라 일관되지 못한 것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의 경우 가격담합으로 인해 형성된 가격(낙찰가격)과 담합이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가격(적정가격)과의 차액인 초과가격을 손해액으로 산정하고 있다. 이 초과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전후 비교방법, 표준시장 비교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해 사건마다 복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현재 손해액 산정기준이 매우 다양하다”며 “손해액 입증의 정도에 대해 어느 정도 일관되고 예측가능한 판단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정거래법위반사건에 관해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해 인과관계 내지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이 드러난 판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는 시장의 경쟁질서와 관련된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인 만큼 이런 행위자체의 특수성이나 입증곤란의 문제를 고려한 재판규범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irene@lawtimes.co.kr Copyright (c) The LawTimes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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