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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중재 활성화 첫 단추 끼웠다
민간중재 활성화 첫 단추 끼웠다 서울변회, 민사중재센터 설립 2년만에 첫 결실 거둬 지난 3일 오후 4시30분 서초동 변호사회관 4층에 마련된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재센터에서는 8명의 학부모들이 서로의 어깨를 얼싸안은 채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이들은 같은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 여느 때 같으면 자녀교육으로 이야기꽃을 피웠겠지만 이날은 교내집단폭행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로 만났다. 올 3월 학교수련회에서 집단폭행을 당한 학생이 눈을 다쳐 각막박리로 영구손상을 입었다. 가해자측과 피해자측은 손해배상을 둘러싸고 5개월간의 지리한 공방을 벌이다 서울변회 중재센터를 찾았다. 중재위원으로 선임된 성기창(62) 변호사의 4시간여 중재 끝에 결국 합의점을 찾았다. 합의후 중재센터를 나서던 부모들은 다친 학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간의 미안한 마음에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중재를 성사시킨 성 변호사는 “7번이 넘는 정회 끝에 결국 당사자들의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합의 후 눈시울을 붉히며 그간의 섭섭했던 감정들을 다독이는 것을 보며 진정한 분쟁해결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접수부터 종료까지 15일이 걸렸고 당사자들의 출석횟수도 단 한번으로 족했다. 뿐만 아니라 중재비용 50만원은 서울지방변호사가 전액 부담했다. 만약 이들이 법원재판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몇개월 또는 몇년이 걸릴지 모르고, 적지않은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했을 것이다. 법원의 사건부담을 경감한 것은 보너스다. 이 모두 법원의 재판을 통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하는 이른바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가 가져온 결실이다. ◇ 서울변회 중재노력 첫 결실= 이날 중재판정은 서울변회가 지난 2006년 12월 사법사상 최초로 변호사단체의 민사중재센터를 설립한 이후 거둔 첫번째 중재성공사례다. 설립당시 서울변회는 10명의 명망있는 회원들로 중재위원단을 구성하고 변호사회관 4층을 개조해 중재법정을 꾸미는 등 서민을 위한 중재센터를 목표로 출발했다. 하지만 설립후 2년간 중재신청건수는 20여건에 불과할 만큼 저조했다. 그나마도 상대편 당사자들이 중재개시를 거부해 서울변회의 중재시도는 번번히 실패로 끝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회원들 사이에 유명무실한 중재센터라는 따가운 지적도 쏟아졌다. 서울변회 중재위원들은 이 같은 이유를 ‘국민들의 인식부족’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장을 지낸 권광중(66) 변호사는 “재판이라도 한번 받아보겠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판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보니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분쟁해결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함표(72) 변호사도 “관(官)이 가진 권위에 기대려는 의식이 여전히 팽배하다”면서 “민간중재가 활성화 되려면 국민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시효중단 효력부여 등 법개정 필요=그러나 중재제도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법개정을 통한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서울변회 중재센타에 중재를 신청하더라도 시효가 중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당사자들이 이용을 기피하는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또 화해조서나 조정조서에 확정판결의 효력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서울변호사회 하창우 회장은 “화해조서나 조정조서의 경우 당사자가 합의해도 확정판결의 효력이 없어 집행을 거부하면 손쓸 방법이 없다”면서 “국회가 입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주면 ADR활성화에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ADR을 수행할 변호사들의 교육도 필요하다. 성기창 변호사는 “소송중심 변호사교육에서 벗어나 ADR도 변호사 교육과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일본 500건 이상 성공= 외국은 이미 ADR 정착= ADR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제도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재판을 대체하는 분쟁해결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0년 제2도쿄변호사회에서 중재센터를 개설한 이후 오사카, 히로시마, 도쿄, 제1도쿄, 오카야마, 나고야등 16개 지방변호사회가 중재센타를 마련해 각종 민사분쟁을 해결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1,118건의 ADR신청이 있었고 성공률은 48.3%(540건)에 이른다. 이밖에도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일본변리사회와 함께 ‘공업소유권중재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비롯해 ‘교통사고상담센터’와 ‘주택리폼분쟁처리지원센터’등 전문ADR센타도 별도로 운영하고있다. ADR의 원조라고 할 수있는 미국의 경우 ADR은 이미 법률비즈니스의 중요한 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중재협회(AAA), 분쟁해결협회(ACR) 등과 같은 비영리기관 뿐 아니라 잼스(JAMS)와 온라인분쟁해결회사(OR)과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다수의 민간ADR기관과 ADR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과 개인법률사무소 등이 폭넓게 활동한다. 특히 미국은 최근들어 온라인을 통한 분쟁해결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법조계는 앞으로 ADR이 재판은 대체하는 분쟁해결의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분쟁은 증가하는 반면 법원의 재판인력 확충은 더뎌 소송정체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소송비용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현재 논의단계에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정식으로 도입되면 배상액이 턱없이 높아지는 것도 ADR을 찾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창우 회장은 “전관예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법양극화를 해소하는 해답이 ADR에 있다”면서 “앞으로 변호사단체가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ADR을 주도할 수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용태 기자 kwonyt@lawtimes.co.kr Copyright (c) The LawTimes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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