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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제출 법안 무더기 위헌소지
국회제출 법안 무더기 위헌소지 불법시위 피해자 집단소송제, 판·검사 로펌취업 제한 등 제18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제출되는 법안들을 둘러싸고 위헌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국회 때에도 의원입법을 중심으로 위헌성 논란이 존재했지만, 이번 국회들어서는 정부입법에까지 위헌시비가 번지면서 점차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때문에 국회가 위헌법률 양산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목적달성에만 치우친 나머지 법안에 대한 위헌성 유무를 면밀히 검토하지 못하고 있다"며 "입법단계에서부터 위헌성을 면밀히 심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위헌논란에 휩싸인 법률안= 최근 한나라당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불법시위 피해자 집단소송제'는 법안이 발의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위헌시비에 휘말렸다. 위헌 논란에는 헌법상 기본권의 우열문제가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정치적 기본권이 재산권에 우선한다는 것은 모든 헌법 교과서에 나오는 상식"이라며 "재산권 보장을 이유로 자유권에 해당하는 집회·시위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자유권을 부정하려는 것"이라며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양창수 대법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시위로 인한 손해의 양상이 매우 다양해 법률요건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판·검사의 로펌취업을 사실상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에 대해서도 위헌 목소리가 높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개정안은 법조인의 로펌행 승인여부를 결정할 때 업무관련성 기준이 모호하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출범 이후 가속도를 내고 있는 인터넷관련 규제법안도 마찬가지다. 불법복제물을 올린 카페나 블로그를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저작권법개정안은 '표현의 자유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인터넷실명제 역시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갑배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에는 신원을 밝히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서 "일률적으로 밝히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본회의 전에 법사위에서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박주선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개정안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현 대한변협 사무총장은 "법사위의 조사가 검찰수사와 사법판결 두축을 훼손하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며 "사법권에 대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 사회·경제적 손실초래= 헌법재판소는 1988년부터 2008년7월까지 20년동안 1만5,663건의 사건을 심판하면서 500건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연평균 25건의 위헌결정이 나온 셈이다. 법조계와 법학계는 이처럼 신중한 검토없이 양산된 위헌법률은 반드시 사회·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005년에 위헌결정을 받은 '학교용지확보에관한특례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 김인영 의원외 163명 전원의 발의로 1995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국회교육위 논의과정에서도 위헌성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묵살됐다.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졌고 급기야 '환급 특별법'이 마련돼 26만가구에 4,600여억원을 돌려주게 됐다. 앞서 1999년4월 위헌결정이 내려진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도 유사한 사례다. 당시 정부는 징수된 1조4,229억원에 중에 쟁송기간내에 이의제기한 2,858억원을 환급해야했다. 쟁송기간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돌려받지 못했던 1조1,371억원에 대해서는 최근 환급운동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위헌결정 이전에 수억원의 부담금을 냈던 김모씨(73) 등은 2000년1월 "국회가 잘못 제정한 법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으나 패소했다. 특히 지난 17대 국회 때 참여정부가 추진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도 위헌으로 결정이 나 국가전체를 큰 혼란에 빠졌다. 이때문에 충청도와 수도권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을 생각하면 수도이전 연구용역비로 지출한 43억2044억원은 오히려 싼값이다. ◇ "사전예방적 위헌심사제 도입 필요"= 입법전문가들은 위헌법률의 양산을 막기 위해서는 법사위의 법안심사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상임위의 소위원회 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법률안이 상임위 소위원회의 청문회과정을 거친다"면서 "사실상 심사기능을 하는 청문회를 소위원회 단위에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의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행 국회법은 법률을 제정하거나 전문개정할 경우에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절차적인 측면이 강해 청문회에서 구체적인 심의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노홍 중앙대 법대교수는 "특히 위헌논의가 많은 법률안에 대해 공청회를 활성화 하도록 명문화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의 법제기능과 사법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른 상임위 법안에 대한 체계와 자구심사는 특위를 만들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4개분야의 소위원회에서 담당하고 법사위는 법무부·대법원등 소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와 소관 법률심사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법사위에 기본적으로 과도한 권한이 치중돼 있다"면서 "국회내 상원역할을 하는 법사위가 고유법안만 다루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임종훈 홍익대 교수는 사전예방적 위헌심사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말했다. 임 교수는 "헌법개정사항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프랑스처럼 의회가 입법단계에서 위헌여부심사를 의뢰할 수있는 사전예방적 위헌여부심사제도의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재판소의 경륜있는 연구관들을 국회법사위에 파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사위에는 법원과 법무부에서 각각 판사와 검사 1명씩을 파견하고 있으나, 헌법연구관은 한 명도 없다. 임 교수는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이 정치적 목적에 집착한 나머지 법률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정치인들이 투철한 헌법정신을 가지는 것이 백가지 제도보다 유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용태 기자 kwonyt@lawtimes.co.kr Copyright (c) The LawTimes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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