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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위장해 신분 취득… 대북무역으로 공자금 조달
탈북자 위장해 신분 취득… 대북무역으로 공자금 조달 여간첩 원정화 행적 탈북자로 위장한 여성 남파간첩이 군 장교들과 교제하며 군사기밀을 빼돌리다 7년만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여간첩은 북한노동당 비서출신인 황장엽씨의 위치를 추적하고 탈북자의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군 장교들의 명함을 받아 북측에 넘겨 이들 장교들의 이메일 일부가 중국에서 해킹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검사장 천성관)ㆍ경기도경ㆍ기무사ㆍ국가정보원 4개 기관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합수부)는 지난 2001년 위장 탈북한 뒤 국내로 들어와 군 장교 등에게 접근해 군사기밀 등을 빼내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원정화(34·여)를 27일 구속기소했다. 합수부는 또 원정화와 교제하면서 간첩임을 알게 된 뒤에도 신고하지 않고 군 안보강사로 활동 중인 탈북자 명단을 넘겨준 육군 모 부대 소속 정훈장교 황모(26) 대위도 함께 구속기소하는 한편 원정화의 간첩활동에 편의를 제공하고 국가기밀을 북한에 제공한 남파간첩 김모(63)씨를 구속해 수사중이다. ◇ 탈북자로 위장, 군 장교들과 교제 간첩행위= 합수부에 따르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직파간첩인 원정화는 1998년 중국으로 나가 지린성 등지에서 무역업을 하며 탈북자와 남한 사업가 등의 납치에 관여하다가 2001년10월 조선족을 가장해 남한 남성과 결혼한 뒤 국내에 잠입했다. 그는 입국 한달만인 2001년11월 국정원에 탈북자로 위장자수한 뒤 서울과 경기도 양주 등 경기북부지역 미군기지 6곳을 돌며 사진촬영을 하는 등 본격적인 간첩활동을 시작했다. 또 2005년9월에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현역군인 만남을 조건으로 군 장교 3명을 소개받는 등 모두 7명의 현역장교와 접촉하며 이성교제를 빌미로 군사기밀을 빼낸 것으로 밝혀졌다. 원정화는 2006년11월부터 탈북자 신분을 이용해 군 안보강사로 활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알게 된 황 대위를 간첩활동에 이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동거하기도 하는 등 성을 도구화하기도 했다. 마치 영화 '쉬리'나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국방장관과 외교관, 고급장교들을 농락했던 미모의 독일 여성 스파이 '마타하리'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이외에도 탈북자단체 간부와 군 정보요원 등과 접촉해 황장엽씨 등 주요 탈북자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한편 하나원 동기들과 탈북자 출신 안보강사들의 명단도 입수해 북한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 간첩 패러다임 변화, 이번 사건의 특징은?= 합수부는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특징은 남파간첩이 탈북자로 위장한 첫 사례라는 점이다. 기존 남파간첩들이 외국인 행세를 하거나 위조된 신분증으로 남한사람인 것처럼 행세했던 것과 달리 원정화는 탈북자로 적법하게 대한민국 신분을 취득해 간첩활동을 한 것이다. 수사결과를 발표한 김경수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남북화해무드와 북한주민의 생존을 위한 탈북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일부 탈북자 중 간첩이 존재한다는 의심이 있었을 뿐 별다른 확인을 하지 못했는데 그 실체를 밝혀낸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원정화는 특히 공안당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임신 7개월의 상태에서 국내에 잠입했을 뿐만 아니라 공작금을 받아 활동하던 기존 간첩들과 달리 대북무역사업을 하며 합법적으로 돈을 벌어 공작금을 자체조달 하는 등 '경제적 자립형 간첩'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현역군인을 소개해달라고 한 뒤 군인들과 사귀며 성을 미끼로 정보를 빼내고 탈북자 신분을 이용해 50여 차례나 군 안보강연에 나서 은연중 북한을 옹호하는 내용을 전파하기도 했다. ◇ 탈북자 관리철저 등 대책 마련해야= 이번 사건은 우리 공안당국에 여러가지 과제를 남겼다. 우선 탈북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유와 생존을 위해 탈북한 '새터민'에 대해서는 조기정착을 위해 적극 지원해야 하겠지만, 이들 속에 섞여 있는 간첩 등 국내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세력에 대해서는 효과적으로 적발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또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인사와 반체제 탈북인사에 대한 보복위협 및 국내외 군인·사업가·정보요원 등을 상대로 한 유인책을 차단하고 이들을 보호할 효과적인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이번 사건이 신공안정국 조성의 신호탄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제기를 풀어야 하는 점도 숙제로 남았다. 이번 간첩사건은 공교롭게도 26일 경찰이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회주의노동자연합 회원 7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바로 다음 날 발표됐다. 여러가지 정치적 어려움에 처한 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해 난국을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언론의 감시와 법원의 통제 등 시스템이 많이 구축돼 있는데 공안정국조성이라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이냐"며 "공안정국으로 가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지적은 지나친 오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nov@lawtimes.co.kr Copyright (c) The LawTimes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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