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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면, "원칙도 기준도 없이 또 대사면…" 법관들 허탈
특별사면, "원칙도 기준도 없이 또 대사면…" 법관들 허탈 집행유예·사회봉사명령기간도 끝나지 않았는데… "사면 남발은 법치주의 무력화… 민주주의 기반 위협" "사면위원회 역할도 회의적… 회의록 당장 공개해야" 법무부가 12일 단행한 '광복 63주년 및 건국 60주년 경축 특별사면'에 집행유예기간이 끝나지 않은 것은 물론 사회봉사명령이 집행중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경제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화합과 동반의 시대'를 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원칙없는 사면"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면결과를 놓고 지난 3월 개정 사면법 시행으로 도입된 사면심사위원회의 역할이 유명무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사진설명 :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12일 과천 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광복 63주년 및 건국 60주년 경축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 정·재계인사, 징계공무원 등 34만여명 특별사면= 법무부는 이날 과천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총 34만1,864명에 대해 15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및 징계사면과 면허제제 감면 등의 조치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첫 사면때와는 달리 이번 사면에는 대기업 총수와 정치인, 공직자, 언론인 등이 대거 포함됐다. 경제인으로는 693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1,03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6월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사회봉사 300시간의 형이 확정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보복폭행 사건으로 지난해 9월 형이 확정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포함됐다. 또 지난 5월 형이 확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손길승 전 SK 회장, 김윤규·이내흔 전 현대건설 대표와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장치혁 전 고합 회장 등 74명이 사면·복권됐다. 정치인 가운데는 권영해 전 안기부장과 한광옥 전 새천년 민주당 최고위원 등 모두 12명이 사면·복권됐다. 또 2001년 언론사 탈세사건으로 처벌받았던 방상훈 전 조선일보 사장과 김병건 전 동아일보 부사장, 조희준 전 국민일보 사장, 송필호 전 중앙일보 사장 등 5명도 사면·복권됐다. 이외에도 새정부 출범 전 정직·감봉·견책·경고 등 징계를 받은 공무원 32만8,335명의 징계효력을 없애는 징계사면을 단행하는 한편 성폭력이나 조직폭력사범을 제외한 모범수형자 702명을 가석방했다. ◇ 법조계, '원칙없는 사면' 비판= 하지만 이번 사면에 대해 법조계 인사들은 '원칙과 기준이 없는 사면'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사면권은 법원의 판단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의하여 남용되어 왔고, 한나라당조차도 야당 시절 사면의 남용을 지적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무분별한 기업인에 대한 사면남발은 투명경영을 통한 경제선진화를 저해할 뿐 아니라 법치주의를 무력화함으로써 실제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반을 위협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이어 "특히 정몽구 회장의 경우 판결이 확정된지 겨우 두달여만에 사면이 이루어져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판결이 휴지가 됐다"며 "사면권의 남발은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고, 사법부의 권능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하나의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 수많은 판사들과 검사들이 고심을 하고 결정을 하는 것인데 사면을 통해 쉽게 원점으로 돌려 버리는 것은 국가기강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로 이는 국가의 자기부정"라며 "판결선고가 나더라도 그것을 설득하고 국민이 받아들이는데는 시간이 필요함에도 일부 인사의 경우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지도 않은 시점에서 사면됐다. 국민들은 이를 보고 사법부가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쇼를 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서울고법의 부장판사는 "담당했던 사건 중 고심을 했던 사건의 피고인이 사면대상이 되면 '법은 왜 있고 재판은 뭣 하러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특별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자 통치행위에 속하는 것이긴 하지만, 정·재계의 힘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언제나 법의 형평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며 "힘들게 수사해서 죄값을 물어봐야 때만 되면 특별사면으로 풀어주니 허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사면심사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이번 사면은 개정 사면법의 시행에 따라 사면심사위원회가 운영되는 등 이전의 사면과는 다른 결과를 냈어야 함에도 원칙이나 기준이 없이 경제살리기 같은 기업프렌들리 정책에 끌려감으로써 이전보다 더 못한 결과를 낸 사면"이라고 평가하면서 "사면심사위원회가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제한해 국민들의 법에 대한 불신 등 법치주의 훼손을 막아보자는 법개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거나 심지어 사회봉사명령을 다 이행하지도 않은 인사들까지 사면에 포함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특히 정몽구 회장의 사건 같은 경우에는 재판과정에서 결과가 옳든 그르든 비난여론이 많이 있었는데 쉽게 사면해줄 것 같으면 사법부가 했던 고민은 뭐가 되느냐"며 "사면심사위원을 비공개로 하고 사면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결국 대통령 혼자 지던 특별사면에 대한 책임에 물타기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심사를 해서 사면에서 제외된 인사가 있었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견 로펌의 한 변호사는 "개정 사면법이 사면심사위원회 9명중 4명만 외부인사로 구성하도록 해 다수결로 운영되는 위원회의 심사가 유명무실화 되는 것"이라며 "외부인사 비율을 늘리고 위원들의 구체적인 심의내용을 담은 회의록도 당장 공개하는 것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 관련자에 대한 사면의 경우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국내외적인 경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개척과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해 사면대상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사면심사위원회는 충분한 자료를 통해 심도있는 검토를 거쳐 판단을 내렸으며 위원회의 구체적인 회의내용은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nov@lawtimes.co.kr Copyright (c) The LawTimes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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