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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근로자 구제절차 너무 복잡
“부당해고 근로자 구제절차 너무 복잡” 지노위-중노위-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 등 5단계 거쳐 노동분쟁 처리절차 노동위-법원 이원화로 사실상 5심제 운영 "신속한 권리구제 보장·국가낭비 줄이게 노동법원 설치 필요” 지난 2002년 11월 모 산업단지사업협동조합 기획위원인 A씨는 간부회의 때 건물완공이 지연되는 것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사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홧김에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는 줄 아느냐”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그러자 이사장은 A씨가 사직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간주해 사직서를 받지도 않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규율 문란, 체면 손상, 무단 결근 등을 이유로 의원면직 처리했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복직명령을 받아냈다. 그러나 조합 측이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내는 바람에 사건이 법원으로까지 이어졌다.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승소한 A씨는 2007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지방노동위 구제신청을 포함 5번의 구제절차를 거치는 동안 무려 5년이 지났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법적으로 구제받기 위해 밟아야 할 절차가 지나치게 많고 복잡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최종적으로 행정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 등 무려 5번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노동분쟁 처리절차가 현재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돼 있어 사실상 5심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행정소송과 별도로 해고무효확인소송과 임금청구소송 등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노동사건에 있어 절차가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장기간 구제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근로자가 구제를 받았다가 구제가 취소가 되는 등 결과가 번복될 때도 많아 통일적인 판정기준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보장하고 국가적인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노동법원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실상 개별 회사내부에서도 구제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절차까지 다 포함했을 경우 근로자는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7~8번이 넘는 절차를 밟아야 할 때도 있다”며 “그 긴 심급절차를 겪는 도중 결과가 일관적이지 못할 때가 많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도 승복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행정부의 한 부장판사는 “근로자가 고등법원까지 왔을 때는 이미 자기 말을 아무도 안 들어준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악에 받쳐 있을 때가 많다”며 “절차를 간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노동사건전담부의 한 부장판사는 “행정소송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나서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아 사실상 8심으로 운용될 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결과가 뒤죽박죽… 당사자가 승복못해= 작년 발간된 중앙노동위원회의 ‘2006년 노동위원회 연보’에 따르면 2006년 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비율은 54.5%로 이 중 초심이 취소된 비율은 재심신청된 1,680건 중 200건으로 약12%에 달했다. 또 2006년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1,165건 중 396건으로 34%에 이르렀다. 지난 2006년 대법원과 전국 법원에서 확정된 노동소송 사건 319건 중 21%에 해당하는 65건에서 중노위 재심판정이 뒤집혔다. 2005년 법원의 중노위 재심판정 취소비율이 16.7%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7% 포인터 가량 높아졌다. 서울고등법원 행정부의 한 부장판사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심급마다 결과가 뒤죽박죽이어서 최종 확정판결이 나도 결과에 수긍 못할 때가 많다”며 “판정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중노위는 신속한 피드백으로 향후 중노위 판정시 적극 활용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행정소송 따로, 민사소송 따로 판결저촉 되는 경우도 있어= 현재 근로자는 부당노동행위나 부당해고에 대해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 절차 이외에 별도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즉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과 법원에 민사소송제기라는 선택권이 있다. 노동위의 기각결정에 대해 불복하지 않아 비록 확정됐더라도 이와는 별개 절차인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노동위원회의 판단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현행 법체계상 근로자는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 외에 별도로 또는 동시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그 결과 민사소송 따로, 행정소송 따로 결과가 다르게 나와 판결이 저촉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사건을 독자적,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노동법원 같은 기관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사실상 동일한 사건에 대해 민사소송, 행정소송절차가 계속되는 경우, 먼저 하나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판결의 이유속에 이미 부당노동행위 또는 부당해고의 성립여부 부분에 대한 판단이 있다면 다른 소송절차는 구제이익이 상실돼 각하하는 방식으로 실무상 처리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 신속하고 일관된 사건처리위해 ‘노동법원’설치해야= 서울고법 행정부의 한 부장판사는 “이런 절차상의 비효율과 폐해를 제거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운영하는 노동법원의 설치를 검토해 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독일, 프랑스 등은 독자적 노동법원을 갖고 있으며 일본도 2006년 4월 노동심판소를 따로 설치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도 가정법원, 조세심판원, 특허심판원 등 전문 부문마다 특별한 쟁송해결기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법원을 따로 설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지난 2005년 사개추위에서 노동법원 설립방안이 논의 됐었으나 법조계와 경영계의 반대로 노동법원 설립 추진 쪽으로 방향을 확정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노동위는 노사 간 조정 같은 역할을 주로 맡아 점점 서비스 기관화하고 있다”며 “노동전문법원을 설치해 보다 빠르고 통일된 구제를 받는게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위가 노사 양쪽에서 공정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고, 특히 지방의 경우 전문인력 풀이 너무 부족하다”며 “노동법원이 생기면 부당노동행위나 부당해고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전문 판사들이 다루고, 노동위는 노사분규나 노동쟁의 조정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irene@law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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