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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보석(保釋)제도 아직은 기대 미흡
새로운 보석(保釋)제도 아직은 기대 미흡 서약서 제출·가족의 출석보증·출국금지 보석조건 다양화 형사단독 한달 평균 3건 허가… 항소사건 등에는 활용 안돼 보석으로 나와 도주 가능성 적어… 금 보석제도 재검토 필요 “피해자 보상 올해부터 보증금 납부대신 서약서만 받고 보석을 허가하는 등 보석조건을 다양화 한 새로운 보석제도가 시행됐으나 당초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단독사건의 경우에는 비교적 활성화되고 있으나, 형사합의 또는 형사항소 사건에서는 활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출석을 보증할 만한 금액을 납부해야만 석방될 수 있는 구 형소법 제98조를 개정해 보석조건을 서약서 제출, 주거제한, 출국금지 등 여러가지 조건으로 다양화했다. 또 개별사안의 특성과 피고인이 처해 있는 구체적 사정에 가장 적합한 보석조건을 정할 수 있게 해 보석제도가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출석을 담보할 수 있게 했다. 과거 보증금을 주된 조건으로 하는 보석제도의 경우 보증금을 낼 자력이 없는 사람은 보석을 통해 석방될 기회를 부여받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이를 시정하기 위해 보증금 액수를 낮출 경우 피고인의 출석담보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석방제도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 형사단독재판부 활용 높아=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한 달에 1건 정도를 허가해 올 2월 인사이동 후 단독판사당 평균 3건 정도를 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최근 영장발부율이 낮아 구속사건 자체가 적었던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또 그 형태도 다양해 보증금을 전혀 받지 않고 100% 서약서만으로 보석허가를 하는 형태부터 서약서와 함께 일정금액의 보증금을 함께 내는 조건으로 한 보석, 서약서와 함께 가족의 출석보증서를 요구한 보석, 또 서약서와 함께 법원의 허가없이는 출국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출국금지 서약)서를 받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 서약서만으로도 출석 잘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의 한 부장판사는 “100% 서약서만 받고 보석을 한 경우는 없으나 원래 2,000만원의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보석을 서약서를 받으면서 보증금 액수를 500만원으로 낯춰 최근에 보석을 허가한 적이 있다”면서 “그 후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이 현재까지 재판에 출석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석보증금제도는 피고인이 유·무죄인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구속기간이 만료돼 도망갈 염려가 있는 경우 피고인의 재판출석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였다”면서 “집행유예나 벌금사건과 같이 도망갈 염려가 없는 사건의 경우는 그 제도의 의미가 많이 희석된다”고 말했다. 또 서울중앙지법의 한 형사단독판사는 “최근에 가족의 출석보증서와 함께 보증금 없이 재판출석 서약서만으로 보석을 허가했다”면서 “불구속 피고인이 도망다니는 경우는 있어도 보석허가를 한 피고인이 도망다닌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 보증금액수는 점차 낮추고 다양한 보석조건 활용해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의 한 부장판사는 “당사자가 혼자 재판을 받는 경우는 보석허가를 했을 때 도망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변호사가 선임돼 있는 경우 도망가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면서 “사회도 안정되고 보석을 받고 도망가는 피고인도 희박한 만큼 보석보증금제도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형사단독판사는 “사실상 기소가 된 후 도망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보석보증금제도는 미국에서 나온 제도인 만큼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보석조건이 무엇인지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형사항소부의 한 부장판사는 “그동안 출석보증금은 변호사들의 성공보수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어 악용된 적이 많았다”면서 “법이 개정되고 보석조건이 다양화 된 만큼 앞으로 보증금 이외의 다양한 조건을 활용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부의 한 부장판사는 “출석보증금의 경우, 출석담보기능 이외에 다른 기능도 갖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끝까지 보상을 받지 못할 경우 보석보증금을 압류해서 피해를 보상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보석보증금제도의 존치를 강조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보증금 없이 서약서만 받고 보석을 허가했더라도 허가후 출석을 하지 않았다면 결국 보증금액수에 상응하는 제재를 받게 된다”면서 “결국 개정 형소법에 따른 보석보증금제도의 가장 큰 변화는 보석보증금을 보석 ‘전’에 내느냐 ‘후’에 내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 형사항소부, 형사합의부는 개별피고인과 사건성격에 맞는 보석조건 활용돼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의 경우는 개정된 형소법의 보석조건 다양화에 따라 보석을 한 경우가 거의 없는 상태다. 이는 형사합의부의 경우 경제·부패·선거사건 등등 죄질이 나쁘고 형이 높은 사건이 많기 때문이다. 또 형사항소부의 경우는 약간의 실적은 있으나 여전히 활성화는 미흡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의 한 부장판사는 “경제전담부의 경우, 자력이 풍부한 피고인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이들에게는 아무리 많은 보증금을 부여해도 보증금을 잘 낸다”며 “그래서 이들에게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가장 실효성있는 조건이 무엇일까 다른 재판장들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고 또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개정 형소법에 따른 ‘보석조건의 다양화’는 피고인의 개별적인 사정과 사안에 맞게 피고인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보석조건을 부여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여러가지 조건을 병과해서 부여할 수 있는 만큼 개별 피고인과 사건성격에 맞는 보석조건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irene@law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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