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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구술변론' 결실… 종국률 크게 늘었다
고법 '구술변론' 결실… 종국률 크게 늘었다 2005년 72%서 지난해 73.8%… 올들어 78.6%로 실질적 조정·화해율 2006년 24%서 올들어 33.5%로 증가 준비절차 적극활용 등 성과… 재판부별 편차해소가 과제로 대학교 2학년이던 김씨는 2005년 6월 담당교수들과 함께 1박2일 일정의 야외수업을 갔다. 2차 술자리를 끝내고 밤 11시30분께 잠 들었던 김씨는 다음날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 알콜중독증. 누구의 책임일까? 김씨의 부모들은 학교에 책임이 있다며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이광범 부장판사)는 “학교에서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했다. 1심에서 승·패소가 엇갈렸던 만큼 조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야외수업도 교과과정의 일부로 교수들이 관리감독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해 화해권고결정을 했고 결국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처럼 민사사건이 실질적으로 조정·화해되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어나면서 사건이 항소심에서 종결되는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법원의 ‘구술변론’ 노력이 가져다 준 결실로 분석된다. 그러나 조정·화해율이 재판부별로 편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고법 등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전국 고등법원의 실질적 조정·화해율은 2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29.7%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33.5%를 기록, 크게 증가했다. 실질적 조정·화해율은 전체 처리사건 중 각하되거나 소 취하된 사건들을 뺀 사건수에서 조정화해가 몇 건이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는 비율을 말한다. 또 사건 종국률도 2005년 72%에서 지난해에는 73.8%로 소폭 증가했다가 올 4월에는 78.6%로 껑충 뛰었다. 사건 종국률은 해당 심급에서 있었던 전체 처리사건 중 소송이 취하된 사건 등을 포함해 대법원으로 올라가지 않은 사건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비율이다. 특히 전국 고등법원사건의 60% 가량을 처리하고 있는 서울고법의 사건 종국률은 2005년 71.7%에서 지난해는 73.4%, 올해 4월까지는 79.1%로 크게 높아졌다. 실질적인 조정화해율 역시 2006년 23.3%에서 지난해는 28.5%로, 올 4월까지는 33.5%로 증가해 조정화해율과 종국율이 전국 고법의 평균을 넘어섰다. 이와 같이 조정화해율과 종국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법원이 법정 안에서 뿐만 아니라 법정 밖의 준비절차에서도 이른바 구술심리를 적극 유도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고법에서 변론준비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당사자들과 다소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이같은 효과를 거둔 중요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올 초 서울고법 민사재판부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건준비절차 회부건수가 1/3 이상이라는 재판부가 11개 재판부로 나타났다. 또 준비절차를 진행하는 주체가 대부분 주심판사라는 응답도 13개 재판부로 크게 늘어났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준비절차나 조정을 진행하면서 당사자들의 진술을 듣고 얘기를 하다보면 조정결과에도 쉽게 승복하는 것 같다”며 “조정화해는 상고율을 줄이고 재판부의 신뢰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률 등의 상승에 힘입어 상고율은 감소세에 들어섰다. 전체적인 고등법원의 상고율은 2005년 43.3%에서 2006년에는 39.8%로 크게 감소했다가 지난해에는 41.6%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질상고율은 전국고법이 2006년 33.6%에서 지난해 31.4%, 올해에는 25.9%까지 떨어졌다. 또 서울고법도 2006년 33.9%에서 지난해 31.9%, 올해에는 25.1%까지 낮아져 전국 고법평균보다 더 낮은 수치를 보였다. 실질상고율은 상고장을 제출했더라도 중간에 취하하거나 보정명령을 지키지 않아 각하되는 사건 등은 제외하고 대법원에서 실제로 다투게 되는 사건수를 전체처리사건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재판부별 조정률의 편차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별로 조정화해율이나 종국률에 크게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면서도 “재판부마다 가지고 있는 사건이 다르고 또 사건의 특성상 판결을 쓰는게 더 적당한 사건들도 있기 때문에 재판부 별로 차이가 나는게 오히려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엄자현 기자 mini@law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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