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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예슬법'제정, 전시효과인가? 범죄예방인가?
'혜진·예슬법'제정, 전시효과인가? 범죄예방인가? 법무부 추진에 법원 내부통신망 비판글 최근 법무부가 아동 성폭행후 살해범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토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혜진·예슬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현직 판사가 ‘전시효과’라고 지적하는 등 비판 움직임이 법원에서 일고 있다. 법정형을 높인다고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고법 설민수(사법연수원 25기) 판사는 최근 법원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성범죄 전반의 법정형을 올리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1회성 이벤트나 결과는 엉뚱한데 미치는 대표적 이벤트로 본다”고 밝혔다. 설 판사는 “개인적으로 이 분야나 수사 또는 형사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난해 1년간 형사부 근무에서 느낀 것을 더해보고자 한다”며 “미성년자 성범죄 후 살해죄는 이미 거의 유사범죄는 사형이 가능한데다 실제 양형도 최소 무기형 부근에 집중하고 있고, 앞으로도 약화될 가능성이 별로 없는 현실에서 법정형을 올리는 것은 무언가를 남겼다는 한건주의는 될 지언정 현실적인 대책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선고형을 올려 범죄를 억제하겠다는 생각은 경제적으로 합리성을 가진 범죄자라는 가설에 따른 것이지만 성을 매개로 한 행위는 기본적으로는 합리적 계산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특히 범죄는 더 그런 측면이 있다”며 “잠재적 범죄자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설 판사는 또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의 상당수는 주변사람이나 평소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 등에 의해 저질러진다”며 “청소년 등의 성범죄라고 해서 이를 봐줄 필요는 없을지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강간이 하나의 죄로 구성되는 한국의 현실상 모두 같은 양형을 대하게 될 것이고 결국 최종적으로 이를 판결하게 될 판사들은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형을 낮추는 방식을 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1차적으로는 이 분야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매일매일 벌어지는 강력범죄에 바쁜 형사 등에게 어떤 거창한 대책을 내놔도 한 달 정도 지나면 다른 범죄에 묻히게 되므로 인력재배치를 통한 전문적인 전담팀의 구성과 수사력의 강화가 보다 실효적인 대책일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설 판사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다른 판사들도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우리 나라의 경우 사건이 터지면 이틀뒤에 ‘종합대책’이라고 나오는데 선심성 혹은 인기끌기용 정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종합대책이 이틀만에 뚝딱 만들어질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때 법정형을 생각하고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며 “특히 아동 성범죄의 경우 심리학적인 치료가 우선되야 하는 것이지 법정형이 높다고 자제가 되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고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아이를 유괴해 성폭행한 후 살인까지 했을 때 무기징역 이하로 형을 받은 역사가 없다”며 “이번 법으로 형을 높인 것처럼 하는것은 그야말로 ‘쇼’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고법의 또 다른 부장판사는 “재판을 하다보면 분명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들이 있지만 우발적이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피고인들도 있다”며 “하한형을 높여버리면 재판부의 재량없이 그 둘을 같은 형량으로 대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비합리적일 때가 있고 피고인에게 의도적으로 ‘술을 먹이는’ 경우도 있다”고 법정형을 높이는 것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앞서 법무부는 13세 미만의 아동 성범죄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법정형을 상향 조정하고, 이들 아동을 유사성교 후 살해하는 경우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칭 ‘혜진·예슬법’의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엄자현 기자 mini@law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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