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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중심주의 시행 속 형사재판 불복률 여전
전국 1심법원, 2006년 31.2%서 작년 33.4%… 올들어 38.3%로 증가 “항소심 가면 형량 깎일 수 있다”… 피고인 인식 여전 제대로 공판중심주의 할 수 없는 재판환경에도 원인 법원의 1심 형사재판에 불복해 항소하는 비율이 공판중심주의가 본격 시행된 이후에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이 남항소를 줄이기 위해 본형에 산입하는 미결구금일수를 제한하는 강도높은 처방을 내놓았지만 항소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공판중심주의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항소율을 낮출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항소율 가파르게 상승=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후 공판중심주의가 본격 시행된 이후에도 형사재판에 대한 불복은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 11일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전국 지방법원에서 선고한 형사사건 192,772건 중 60,139건이 항소해 31.2%의 항소율을 기록했으며, 작년에는 214,012건 중 33.4%인 71,437이 항소됐다. 올해 들어서는 2월까지 34,136건 가운데 38.3%인 13,058건이 항소돼 항소율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처럼 항소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피고인들이 항소심에 가면 형량이 깎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형량이 일정한 폭을 벗어나지 않는 한 형량을 변경하지 않는 이른바 ‘폭의 이론’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는 관행이 항소율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전국 고등법원의 1심파기율은 2006년 7,235건 중 3,523건이 파기돼 48.7%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7,621건 중 3,388건(44.5%)으로 다소 줄어들었으나 올해에는 2월까지 985건 중 469건이 파기돼 47.6%를 기록, 또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양형의 문제에 있어서는 공판중심주의를 한다고 항소율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무죄를 다툰다면 승복할 수 있겠지만 양형부당을 생각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같은 법원의 한 판사는 “당사자에게는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사건이겠느냐”며 “세번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쉽게 떨칠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판부의 업무가중으로 공판중심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재판환경도 항소율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한 사건만 붙들고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만약 피고인이 재판과 상관없는 주장을 되풀이 한다던가 관계없는 증인을 계속 신청한다고 하면 들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재경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도 “판결문을 간이화 하라면서도 피고인을 설득할 수 있게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며 “여러 재판업무와 판결문 작성업무까지 겹쳐 공판중심주의 업무까지 하기가 벅차다”고 설명했다. ◇ 미결구금일수 산입제한’도 무용지물=법원이 남항소를 막기위해 미결구금일수 산입일수를 제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고법 형사부는 형사재판연구회에서 남항소를 방지하기 위해 “이유없는 항소에 대해 전체 미결구금일수에서 10일을 본형에 산입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모아 시행에 들어갔다. 불필요한 항소를 줄이고 다툴만한 사건에 심리를 집중하자는 취지에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고법 관내 1심법원 형사부의 항소율은 이 제도를 시행하기 이전인 2006년 97,246건 중 31,244건이 항소해 32.1%의 항소율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107,781건 중 37,363건(34.7%), 올해 1월~2월까지는 17,502건 중 7,206건(41.2%)이 항소해 오히려 항소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전국의 형사부 항소율보다 오히려 증가폭이 높아 개선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는 서울고법의 1심 파기율이 여전히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은 2006년에는 1심판결 3,805건 중 51%인 1,942건을 파기했고 지난해는 4,139건 중 49.1%인 2,033건, 올 해들어 2월까지는 568건 중 49.1%인 279건을 파기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징역을 몇년 씩 받는 입장에서는 미결구금일수 10일은 적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항소심에서 양형을 줄일 수 있다면 10일의 산입을 제한하는 위험부담정도는 안고가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엄자현 기자 mini@law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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