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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법률신문
ㆍ작성일	2010-02-22 (월) 10:18

법에 대한 인식, 위치 따라 큰 격차
법에 대한 인식, 위치 따라 큰 격차
법제연구원 조사, 일반인 76% "권위적" 법전문가 49% "공평" 연상

일반 국민들과 법전문가들의 ‘법의식’에 심각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판·검사 등 법전문가들은 ‘법’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을 ‘공평’이라고 한 반면, 국민들은 ‘권위적’이라는 말을 먼저 떠올렸다. 또 ‘우리 사회에서 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52.2%가 긍정했으나, 일반 국민들은 37.1%만 동의했다.

법제전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법제연구원의 이상윤 부연구위원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펴낸 월간지 ‘법연’ 창간호에 이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한국법제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에 의뢰해 판·검사, 변호사, 국회의원, 교수, 공무원 등 법전문가 1,008명을 개별 방문해 면접조사한 ‘법전문가의 법의식조사연구’와 2008년 전국 성인 남녀 3,007명을 대상으로 개별가구를 방문해 면접한 ‘국민법의식 조사연구’ 결과를 비교분석한 것이다.<▽하단관련기사·2월18일자 3면>

◇ ‘법’에 대한 인상, 전문가는 “공평”, 일반인은 “권위적”= 법에 대한 인상에 대해 법전문가들과 일반인들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었다. 법전문가들 가운데 ‘공평하다’와 ‘민주적이다’를 연상한 응답자는 각각 39.1%와 9.9%를 차지해 긍정적인 답변이 49.0%를 이르렀다. 이는 ‘권위적이다(36.5%)’와 ‘불공평하다(7.6%)’는 부정적인 답면 44.1%보다 높은 것이다.

이에 비해 일반 국민들은 43.6%가 ‘권위적이다’를, 32.6%가 ‘불공평하다’를 각각 선택해 부정적인 답변이 76.2%에 이르렀다. ‘공평하다’와 ‘민주적이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각각 8.9%와 14.2%였다. 긍정적인 답변이 전문가 응답의 절반수준인 23.1%에 그쳤다.<표 참조>

이에 대해 이 위원은 “법에 따르는 수범자로서의 일반 국민과 수범자임과 동시에 법을 다루거나 적용하는 법전문가라는 서로 다른 위치로부터 나타난 인식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 사회에 법이 어느 정도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법전문가들은 51.2%가 ‘잘 지켜지는 편이다’라고 응답한 반면, 일반 국민들은 62.8%가 ‘잘 지켜지지 않는 편이다’라고 응답해 대조를 보였다. 하지만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법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법대로 살면 손해본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 전문가, “여론이 재판에 영향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론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전문가 10명 중 7명꼴인 69.5%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바람직한 편이다’라는 응답자는 28.2%였으며, ‘매우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국민은 61.9%가 ‘바람직한 편이다’를, 14.8%가 ‘매우 바람직하다’를 선택, 긍정적인 답변이 76.7%나 됐다. ‘바람직하지 않은 편이다’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각각 21.7%와 1.5%에 불과했다.

이 위원은 “이같은 조사결과는 재판이 정치적 판단이나 정치성을 띤 사회여론의 영향을 받게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재판에 대한 여론의 영향을 배제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판 전 언론보도에 대한 방지·억제대책을 법체계속에 도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이보다 먼저 재판의 절차적 정의와 재판의 투명화 및 탈권위주의 등 사법부가 스스로 언론의 부당한 영향을 방지·방어하는 내부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분석결과는 최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무죄판결 이후 일부 언론이 확정되지 않는 법원판결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제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전문가와 일반국민 모두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식”은 강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에 동의 하느냐’는 질문에는 법전문가 70.7%가 ‘동의하는 편’이라고 응답해 일반국민 65.3%에 비해 오히려 더 높게 나왔다. 특히 전문가그룹 가운데서도 입법부문(82.9%)과 행정부문(80.2%) 및 학계(78.2%)에서 ‘동의한다’는 의견이 사법부문(48.7%)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또 보수적인 성향의 응답자(59.4%)에 비해 진보적인 성향의 응답자(85.4%)들의 동의율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최근 대기업 관련사건 등에 대한 무죄판결이나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 등으로 인해 ‘사법불신’ 또는 ‘법집행과정의 편향성’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전문가 87.0%와 일반국민 95.6% 등 응답자 대다수가 ‘권력이나 재력이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성윤 기자 jung@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