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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법률신문
ㆍ작성일	2009-12-22 (화) 16:42

'조두순 사건' 국가상대 소송 제기

"수사기관 허술한 대응으로 성폭행 아동에게 2차 피해 입혔다"
대한변협, 진상조사 결과 발표

'조두순사건'의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경찰과 검찰이 허술한 대응이 피해자에게 불필요한 법정 증언을 시키는 등 2차 피해를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평우)는 15일 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이 조두순을 검거한 직후 촬영한 비디오가 담긴 CD가 조두순이 범인임을 확정할 수 있는 중요증거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를 항소심 선고전날에야 제출해 변론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항소심 당시 조두순은 자신이 평소 흰머리에 안경을 착용하고 있어 피해아동이 주장한 가해자의 모습과 다르다고 주장했었다. 이 때문에 피해아동이 자신이 본 가해자의 모습이 조두순과 일치하는 지를 놓고 심하게 추궁당해야 했다.

이명숙 변협 인권이사는 "검거 직후 촬영된 동영상에는 검은머리에 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면서 "검찰이 경찰이 제출한 자료를 제대로 검토 했었다면 피해아동이 당시상황을 떠올리는 심적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이어 성폭행사건에서 범인특정에 가장 유력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질액체취시료 역시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피해아동을 처음 진료한 병원의 응급실 간호기록지에는 질액을 체취했으며 이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피해아동의 부모는 증거채취요구를 거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재판과정에서도 질액이 증거로 현출된 적은 없다.

이 인권이사는 "경찰에 대한 조사결과 국과수에 검사를 의뢰를 했지만 시료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진술만 들었다"면서 "경찰의 허술한 증거관리도 피해아동의 고통을 더하는 계기가 됐다"고 꼬집었다.

변협은 이외에도 조사횟수를 최소한으로 하라는 성폭력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비디오촬영기 조작미숙으로 피해아동에게 4차례나 진술을 녹화하게 한 점과 병원에 입원중인 피해아동에 대해 출장조사를 하지 않고 야간에 소환조사를 한 것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대한변협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피해아동 측을 대리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피해 아동과 가족이 정신적 고통을 겪은 만큼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해 아동과 그 아버지에게 양해를 구하고 재녹화에 대한 동의를 받은 후 다시 15분간 2차 조사를 했을 뿐이며 4회나 반복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항소심에서 피해자에 대한 변호인측의 증인신청을 검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받아들여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자 검찰이 불가피하게 양형에 참고하기 위하여 CD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변협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성폭력을 종합적으로 통괄하는 정부단위의 부서마련과 함께 관련 기관들의 협조 및 정보제공을 위한 위원회나 기구를 설립할 것을 주장했다. 변협은 또 성폭력 피해아동보호 및 가해자 처벌을 위한 지원 및 구조활동의 구체적인 내용을 오는 16일 의사협회와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변협은 지난 10월 이명숙 인권이사 등 9명으로 구성된 '조두순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대검찰청, 경찰청, 대한법률구조공단, 법원행정처 등을 상대로 사건 당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권용태 기자 kwonyt@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