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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 중단, 사전 환자의 意思 명확히 할 장치 필요"
"연명치료 중단, 사전 환자의 意思 명확히 할 장치 필요" 변협·의사협회 공동 세미나… 입법 가이드라인 제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입법화되기 위해서는 공증이나 변호사대리를 통해 환자의 의사에 법적 안정성을 부여하는 절차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경희(33·사법연수원 33기) 법무법인 해울 변호사는 지난 15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연명치료 중지 관련 입법 가이드라인 제시’ 세미나에 참석해 치료중단을 표시하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공증과 대리인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 변호사는 국내 최초로 연명치료 중단판결(2009다17417)을 받은 김모 할머니의 소송대리경험을 예로 들며 “김 할머니의 경우와 같이 의식불명으로 인해 추정적 의사의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 가족의 의사가 반영된다는 것에 대한 윤리적 저항이 적지 않다”면서 “이를 법률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환자 본인의 의사를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공증제도를 통해 확인하거나 사전에 대리인을 정해 연명치료 중단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 변호사는 “대법원은 연명치료 중단의사를 표시한 사전의료지시서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치료중단 목적의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공적 증거력을 발생시킬 수 있고 절차가 법으로 보장돼 있는 공증제를 통해서도 같은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자의사의 진실성을 보장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안원모 대한공증협회 총무이사도 공증제도활용에 찬성의사를 보였다. 안 총무이사는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사전의료지시서 등을 작성할 때 환자 및 병원측의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관여해 그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공증확인은 국민의 후생복지는 물론 병원과 의사의 법률적 부담 감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필요한 절차로 환자의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국회에 존엄사법안을 발의해 두고 있는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은 “사전의료지시서에 증인의 서명이 포함돼 있어 객관성을 입증할 수 있고 임종에 임박한 환자에게 불필요한 절차를 가중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이외에도 환자가 사전에 치료중단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변호사를 미리 대리인으로 지정해 뒀다가 연명치료 중단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도록 법제화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 의료계, 연명치료 중지지침 마련= 이번 세미나는 지난달 말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가 공동으로 참여해 마련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법조계에 소개하고, 지침을 입법화하기 전에 문제되는 법률적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에 대한 설명은 지침제청특위 위원장인 이윤석 서울대 의대교수가 맡았다. 지침은 우선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대상으로 암·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만성질환이 있는 사람 가운데 더 이상 치료되지 않는 경우, 3달 이상 지속적인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 임종직전의 환자, 뇌사자로 제한했다. 당사자의 의사표시방식은 의식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구분했다. 본인의 의식이 있는 경우는 의사로부터 자신의 질병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듣고 난 뒤 연명치료중단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의식이 없는 경우는 다시 사전에 의사를 알 수 있었던 경우와 알 수 없는 경우로 나눴다. 전자의 경우 사전의료지시서 등을 미리 작성했다면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다면 환자의 이익을 고려해 병원의 윤리위원회가 가족과 협의해 연명치료 중단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중단할 수 있는 연명치료에는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부착, 장기이식만 포함된다. 영양 및 수분공급, 체온 유지, 진통제 투여 등 일반적인 연명치료는 중지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의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거나 환자의 자살을 돕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 법조계, “가족과 환자의 의사충돌 우려”= 이 교수의 지침내용 발표에 이어 입법을 위한 변호사들의 조언들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현희(38·사법연수원 35기·가정의학 전문의) 변호사는 “지침은 환자의 명시적 혹은 포괄적 의사와 가족들의 의사가 상반되는 경우와 특히 환자가 미성년인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취소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으로서는 부모의 판단을 우선시하게 된다”고 설명하면서 “연명치료 중 환자가 성년에 이르고 부모는 여전히 환자와 반대의 태도를 취할 경우 이전에 했던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규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지침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진이 더이상 치료는 무의미하다고 해도 환자가족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의료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면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없어 병원윤리위에서 중지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도 결과에 대해 의료진이 완전히 면책되는 것은 아니기에 최소한 환자의 추정적 의사와 그 의사를 확인시켜줄 수 있는 절차들에 대해 더욱 자세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윤리위원회 구성원의 선정지침이 부족함도 지적됐다. 김 변호사는 “연명치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의사능력을 상실한 환자의 경우 판단주체인 병원윤리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구성원의 선정절차와 다양성, 전문성을 담보할 지침역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배 단국대 법대 교수는 지속적 식물인간으로 확진하는 기준과 일반적 연명치료의 중단불가 방침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지침은 연명치료 중단대상으로 ‘지속적 식물인간(PVS)상태로 3개월 이상이 지난 경우’를 제시하면서도 언제 PVS환자로 진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명확한 확진기준이 지침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오스트리아의 경우 인공영양공급을 거부하는 의사표시가 비록 죽음에 이르게 될지라도 유효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일반적 연명치료에 대해서는 중지할 수 없도록 한 지침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된 3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신상진 의원의 ‘존엄사법안’과 김세연 의원의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 김충환 의원의 ‘호스피스·완화치료에 관한 법률’ 등 3건의 ‘존엄사’ 관련 법안이다. 이들 법안은 의사능력을 상실한 환자의 의사를 어떻게 추정할 것인가에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신 의원안은 직계친족이 말기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여부에 대한 진술 등의 의사표시를 한 바 있다는 증거를 제출한 때에 한해 담당의사가 해당 의료기관의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두 법안은 환자의 사전의료지시서가 없으면 연명치료중단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병원비부담을 걱정하는 환자가족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권용태 기자 kwonyt@law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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