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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일단 합격점"
국민참여재판 "일단 합격점" 판사·변호사 80% 이상, 검사 절반 이상 "재판의 공정성·투명성 제고에 기여"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판·검사와 변호사의 인식이 확 바뀌었다. 이들은 참여재판 시행전에는 성공여부에 의문을 가졌지만 직접 재판을 한 후에는 상당히 후한 평가를 내렸다. 참여재판을 직접 담당했던 판사와 변호사의 대부분은 이 제도가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건을 이해하는 배심원들의 수준과 평결·양형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도 보통 이상의 높은 점수를 줬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올해 2년째를 맞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의 성공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재판준비 등 상당한 업무부담을 느끼고 있고, 참여재판 선정사건 대부분이 유·무죄를 다투지 않고 양형만을 쟁점으로 하는 사건이어서 참여재판의 의의를 살릴 수 있는 사건선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형정원)은 지난해 1~8월까지 국민참여재판을 직접 담당했던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내용의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참관 및 조사연구’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국민참여재판 전담 재판장 7명과 변호인 7명, 검사 40명이 응답했다. 설문조사와 결과분석은 박미숙 연구위원과 김광준 파견연구위원(서울남부지검 부부장검사) 등 연구진 6명이 담당했다. ◇ 국민참여재판, 재판의 공정성 보장 등 긍정적 기능= 설문에 응답한 판사의 85.7%와 변호사 전원(100%)은 국민참여재판이 재판의 공정성 및 투명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검사도 절반이 넘는 57.5%(23명)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국민참여재판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답한 판사는 71.4%에 달했다. 변호사의 경우 전원이 그렇다고 답했으며, 검사는 40%가 이에 동의했다. 법조비리근절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응답한 판사는 57.1%, 검사는 45%였다. 변호사는 전원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형정원이 2007년 동일한 질문을 갖고 벌인 설문조사에 비해 긍정적 답변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2007년에는 국민참여재판이 재판의 공정성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판사는 41%, 검사는 47.1%, 변호사는 53.1%에 불과했다. 피고인 등의 인권보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응답도 판사의 경우 20.5%, 검사는 21.6%, 변호사는 42.9%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제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배심원 학연·지연·정치적 압력받을 가능성 적어= 국민참여재판을 경험한 법조인들은 배심원들의 평결이 학연이나 지연, 정치적 압력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했다. 판사의 71.4%, 검사의 67.5%가 배심원들이 학연이나 지연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고, 변호사는 전원이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금전이나 정치적 유혹·압력에 영향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판사와 변호사 전원, 검사의 70%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2007년 조사에서는 판사의 84.6%, 검사의 92.2%, 변호사의 77.6%가 배심원들이 학연이나 지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판사의 64.1%, 검사의 84.3%, 변호사의 61.2%가 배심원들이 금전적·정치적 유혹이나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 제도시행을 앞두고 법조인들이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가진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 배심원의 평결이 여론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판사의 71.4%, 검사의 70%, 변호사의 85.7%가 공감한다고 답해 부정적 답변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 역시 2007년 조사결과에 비하면 부정적인 견해가 판사는 20.9%P, 검사는 28%P, 변호사는 4.1%P 낮아졌다. ◇ 배심원, 사건이해도 높고, 평결도 만족수준= 설문에 응답한 법조인들은 배심원의 사건 이해도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배심원들의 사건에 대한 이해도(법률용어 이해 부분은 제외)와 관련해 판사와 변호사는 각각 9.4점과 9.3점을 줬으며, 검사는 8.5점을 줬다. 7.5점이 보통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배심원들의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재판중 사용된 법률용어에 대한 이해도와 관련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판사의 경우 85.7%, 변호사는 71.4%가 대체로 이해했다고 한 반면, 검사의 경우 67.5%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배심원의 평결이나 양형에 대한 검사와 변호사들의 만족도도 나쁘지 않았다. 2.5점을 보통 수준으로 봤을 때 검사의 경우 평결과 양형에 대해 보통에 약간 못 미치는 2.3점을 각각 줬다. 변호사는 평결에 대해서는 3점, 양형에 대해서는 2.6점을 줬다. 연구진은 “검사들의 불만족 정도가 대단히 큰 정도라고 할 수는 없다”며 “대체로 중립적인 의견보다 약간 더 보수적인 입장을 보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배심원 평결이 기속력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판사의 경우 28.6%만이 그렇다고 답했으나, 검사의 45%, 변호사의 71.4%는 기속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대조를 이뤘다. ◇ 업무 늘어 부담, 적절한 대상사건 선정해야=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을 상대로 재판진행과 혐의 입증, 변론을 하다보니 일반재판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투여해야 하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판사·변호사 전원과 검사의 97.5%가 일반재판에 비해 국민참여재판의 업무부담이 훨씬 크다고 답했다. 부담요인으로는 배심원에 대한 설명자료 준비(파워포인트 작업 등)나 증거자료 입수 등 사전준비절차와 장시간의 재판을 가장 먼저 꼽았다. 배심원들에게 기초적 법률과 절차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어려움으로 파악됐다. 설문에 응한 한 판사는 “원활한 재판진행과 함께 배심원들이 재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해야 하고, 동시에 재판부 자신도 판결을 곧바로 선고할 수 있을 정도로 실체 파악을 해야해 장시간 동안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법조인들은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국민참여재판에 적합한 사건을 선택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양형심리나 형의 감경사유를 주요 쟁점으로 하는 자백사건위주의 제도운영으로는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배심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무죄 다툼 사건을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가장 우선적으로 대상사건 선정문제를 해결하고, 이후 배심원의 평결의 기속력 문제 등 여타 제도적 여건 개선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재홍 기자 nov@law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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