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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법관평가'… 상반된 입장 확연
사상 첫 '법관평가'… 상반된 입장 확연 변호사회 "인사자료 반영을", 법원 "객관·공정성 결여" 사법사상 처음으로 변호사들이 주도한 법관평가결과가 대법원에 제출됐다. 법관평가제를 실시한 서울변회는 평가결과가 판사들의 인사자료로 반영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대법원은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부족해 인사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과 경남지방변호사회 등 지방변호사회들도 법관평가제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법관평가제를 둘러싼 논란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29일 변호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법관평가조사에서 상위 평점을 받은 법관과 하위 평점을 받은 법관 각 10명의 실명을 담은 ‘2008년 법관평가결과’를 대법원 민원실에 전달했다. 그러나 법관들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사하단 관련기사) 평가방식은 법관의 재판진행태도에 대한 17개 평가항목을 ‘자질 및 품위’, ‘공정성’, ‘사건처리태도’ 등 3개분야로 나눠 각각 A~E의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12월24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변호사 491명이 1,039건의 평가표를 제출했다고 변호사회는 밝혔다. 평가한 변호사의 실명이 적혀있지 않거나 사건번호 또는 법관명이 누락된 36건을 제외하고 1,003건이 유효한 평가로 인정됐다. 평가대상이 된 법관은 모두 456명이다. 서울변회는 이들 중 5건 이상의 평가를 받은 판사 47명의 점수를 백분위로 환산해 상하위 10명씩 선정했다. 최상위 점수를 받은 법관은 100점 만점에 93.56점, 최하위 법관은 56.51점을 받았다. 상위평점을 받은 법관 10명은 87.66점 이상을 유지했고 하위평점을 받은 법관 10명은 56.51점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함께 제출된 서술형 평가항목에서는 주로 판사의 모욕적인 말과 고압적인 재판진행, 조정을 강요하는 태도 등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연수원 몇기냐? 어디서 그따위로 배웠냐?는 등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했다’, ‘70세가 넘은 사건 당사자에게 반말을 했다’, ‘패소가 확실하므로 조정에 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조정을 강요했다’, ‘당사자를 윽박질러 동의하지 않은 쟁점을 다툼이 없는 사실로 정리해 버렸다’는 등의 내용들이다. ◇ 서울변회 인사자료로 활용 기대= 서울변회는 이날 법관평가결과 제출과 함께 “사법부는 법관평과 결과를 받아들여 ‘국민을 섬기는 법원’이 되기를 바란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변회는 성명서에서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을 중심으로 법관을 서열화하여 승진을 결정하는 현재의 법원 인사제도는 우수 법관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재판을 주재하는 법관으로서의 자질과 품위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 후 “변호사가 재판과정에서 경험한 생생한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이 땅에 자유, 평등, 정의는 바로 세워질 수 없다”면서 “사법부는 법관평가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창우 회장은 “법관평가결과의 목적은 변호사들의 평가가 법관의 인사자료로 활용되기 위한 것”이라며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순이 아니라 재판을 잘하는 법관이 승진하고 대우받기 위해서는 변호사들의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변회는 올해부터 회원들로부터 법관평가표를 수시로 제출받아 이를 취합한 뒤 매년 2월 법관정기인사 이전에 법원행정처에 제출할 방침이다. ◇ 판사들 ‘공정치 못한 평가, 인사반영 곤란’= 이에대해 일선 판사들은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로 법관의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평가결과가 판사들의 인사고과에 반영되기를 바란다면 평가결과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결과는 평가대상자가 재판의 일방당사자일 뿐 아니라 평가참여자의 숫자 역시 지나치게 적어 제대로 된 평가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사안을 자세히 모르는 일반 국민들은 변호사회의 정당한 의견을 법원이 무시한다고 오해해 사법불신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판사들마다 재판진행에는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면서 “단지 여러명에게 지적당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재판이 잘못됐다고 보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법원의 모 부장판사도 “판사들이 법관평가제를 한다고 변호사 눈치를 보지는 않겠지만 증거신청 등에 있어서 편의를 봐주다보면 재판의 지연이나 선택과 집중의 원칙 등을 적용하기 힘들어 결국에는 법률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경지법의 또 다른 판사는 “만약 법관에 대한 외부 평가가 필요하다면 소송당사자인 변호사들 보다는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법관들을 평가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도 법관평가결과를 어떤 형태로도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변호사는 재판의 직접 이해당사자로 법관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자칫 재판의 독립을 훼손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법관평가제 전국 법조로 확산 움직임= 법원의 확고한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부산지방변호사회와 경남지방변호사회가 최근 법관평가 추진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등 법관평가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변회 관계자는 “부산지역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법관평가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서울변회의 법관평가를 참조하고 지적되는 문제점들을 보안한 법관평가제를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용태 기자 kwonyt@law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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