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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사실 구체적 명시없이 한 기소는 무효
공소사실 구체적 명시없이 한 기소는 무효 적용법조만 기재한 것은 공소사실 제대로 기재했다고 볼 수 없어 대법원, 집시법 위반혐의 철거대책위원장 공소기각해야 공소사실에 범죄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한 공소제기는 무효이므로 법원은 무죄가 아닌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서울 신당동 흥인·덕운상가 재건축 공사장에서 집회를 해 공사를 방해한 혐의(집시법위반)로 기소된 상가세입자철거대책위원장 이모(47)씨에 대한 상고심(2009도9)에서 일부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소장의 공소사실은 법원의 심판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의 방어범위를 특정해 방어권을 보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형사소송법 제254조4항은 공소사실을 기재함에 있어서는 범죄의 일시·장소와 방법을 명시해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특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검사는 공소사실과 함께 집시법 제20조2항, 제24조5호를 적용법조로 기재해 기소했는데 제24조는 벌칙규정으로 제5호는 ‘집시법 제20조2항을 위반한 자를 일정한 형벌에 처한다’는 내용이고 제20조2항은 ‘제1항에 따른 해산명령을 위반했을 때’라고 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집시법 위반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제1항에 따른 해산명령’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집시법 제20조1항에 따라 해산명령을 할 수 있는 집회 또는 시위의 태양은 매우 다종·다양한데 공소사실의 기재만으로는 그 많은 집회의 태양 중 어느 것에 해당해 경찰로부터 해산명령을 받았는지를 쉽게 알 수가 없다”며 “집시법위반에 대해 공소장에 적용법조로 집시법 제20조2항만을 기재한 것은 결국 공소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의 기재는 공소의 범위를 확정하지 못하고, 나아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준다”며 “공소제기의 절차는 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록 검사가 제1심 변론종결 후에 집시법 제20조1항 제5호, 제16조4항 제3호가 해산명령의 근거라는 의견을 제시했더라도 공소장변경절차를 밟은 것이 아닌 이상 공소제기절차상의 위법이 치유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흥인·덕운상가 점포 소유주 700여명은 지난 2004년 상가를 철거하고 지하 7층 지상 18층 규모의 오피스텔을 건축하기로 합의하고 중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씨는 상가세입자철거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우선 입점권 보장, 보상금 증액 등을 요구하며 공사장 인근에서 4차례 집회를 벌였다가 업무방해와 집시법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업무방해와 3차례 집시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지만, 1회 집시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해산명령을 할 사유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류인하 기자 acha@law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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