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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사각지대' 해소… 관련법제 제·개정 돼야
은행 여직원인 A씨는 손님이 “몸매가 예쁘다, 끝나고 따로 만나자”고 하면서 몸을 훑어보자 심한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 대학생 B씨는 교수로부터 “오늘 밤 같이 있자”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무시했다가 얼마 후 치른 중간고사에서 B씨는 정답을 모두 적어내고도 F학점을 받는 불이익을 받았다. 여교사 C씨는 회식자리에서 교감이 “교장에게 답례로 술을 따르라”고 하는 강요를 받고 성적 굴욕감을 느꼈지만 옆에 있던 동료 여교사 D, E씨는 약간의 불쾌함을 느꼈을 뿐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 세 사람 가운데 현행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한 명도 없다. A씨는 가해자인 손님이 남녀고용평등법상 성희롱 당사자로 규정된 ‘사업주·상급자·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B씨는 성희롱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고용상의 불이익’이 없어서 성희롱이 인정되지 않는다. C씨의 경우는 대법원이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관점’이라는 객관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며 성희롱을 인정하지 않았다(☞2005두6461 판결). 이같은 성희롱 인정 범위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성희롱과 관련된 법령이 제·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법제연구원(원장 김기표)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장 최금숙)은 지난 26일 서울시 불광동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성희롱 관련법제 입법평가 토론회를 열고 현행 관련법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했다. 김정혜 여성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은 “현행법은 고객 등 업무 관련자의 성희롱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는 데 그친다”며 “이런 의무는 ‘노력’ 의무에 불과해 제재 방안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로부터 성희롱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피해구제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다문화·인권센터장은 “남녀평등고용평등법 상의 성희롱 당사자는 ‘사업주·상급자·근로자’로 한정돼 있는데, 이를 ‘업무와 관련된 자’로 개정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센터장이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가 5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48명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물질적·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을 법원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좌영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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